세갈래 길에서 선 `010 번호통합` 기로에 섰다.

Posted at 2010. 3. 22. 13:26 // in DIARY : 끄적끄적/Gossip : 뒷말 // by Kim, Youngjin

디지털 타임즈의 기사를 보니 방통위의 고민이 많다. 010번호 통합정책을 고수하면서 기 01X번호 사용자들의 반발 없이 소비자 편익과 사업자간 이해관계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번호 통합 정책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메이저 3대 이통사의 입장은 각 회사의 실리 추구를 위해 KT와 LGT는 정부의 강력한(≒강제적) 번호 통합 정책을 바라고 있으며 SKT는 사회적 합의를 거친 점전적 통합 정책을 바라고 있다. 본인과 같은 딱히 3G 서비스의 필요성을 못느끼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10년 넘게 써오던 기존 01X 번호를 3G 서비스 사용을 위해 변경해야 된다는 것이 영 내키지는 않는다는 것.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건데.. 국가적 차원에서 010으로 번호통합을 가져갈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면서 기 사용하던 정든(?) 01X번호를 강제로 변경하는 것에도 기분 상할 것 같고..  정말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 없구나.  :(


방통위, 폐지ㆍ강제통합ㆍ점진적 추진 놓고 고심
김응열기자 uykim@dt.co.kr  /  디지털 타임스


010번호통합 정책이 기로에 섰다. 정책 폐지, 강제 통합, 점진적 통합의 세 갈래 길에서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하지만 어느 결정을 하더라도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지난 2004년 내놓은 010번호통합 계획은 장기적인 번호관리정책이자, 3세대(G) 이동통신과 신규가입자에게 010번호만 사용토록 함으로써 3G서비스를 촉진하고, 선발사업자(SK텔레콤)의 식별번호(011) 브랜드화를 막아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010가입자수는 지난 2월말 기준으로 전체 이동통신가입자(4857만명)의 80.3%인 3900만명을 넘어섰다. 또 성공적인 번호이동 정책으로 번호의 브랜드화 역시 시장에서 그 의미를 상실했다는 점에서 정책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평가다.

논란은 현재 남아있는 900여만명의 01x(011,016,017,018,019) 번호 사용자의 010전환 여부다. 이들 900여 만명은 특별한 유인책이 없는 한 010번호 전환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번호통합정책을 폐기할지, 정책을 유지한다면 강제로 통합할지, 점진적으로 유도할지를 놓고 정부, 소비자, 사업자들간의 생각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최대 관심사안은 010번호통합에 따라 어떤 이용후생이 증대하는가다. 소비자 이용후생과 관련해서는 식별번호를 개인의 자산으로 볼 것인가가 최대 쟁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번호는 국가의 자산이며 사업자나 사용자에게 실체법적 권리가 있지는 않다"는 견해가 다수다. 하지만 한편에선 "영속적인 사용권을 전제로 번호를 부여받기 때문에 재산권적인 성격을 가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번호를 개인자산의 성격으로 인정할 경우, 통합을 위한 강제개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이에 대해 "번호부여의 법적 근거, 번호 회수절차의 실재 여부와 이에 대한 법적 근거 등을 참고해 판단해야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하나의 문제는 번호통합이 가져다 줄 소비자 편익 증대 여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번호가 통합되면 앞 세자리(010)을 누르지 않고도 통화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장기간 한 번호를 사용해 번호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번호통합 정책은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로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업자 측면에서도 번호통합은 난제다. KT의 고민이 가장 크다. KT는 현재 2G와 3G 전국망을 운영하고 있지만, 2G 가입자는 불과 257만여명에 불과하다. 2G서비스가 사용하는 1.8㎓ 주파수는 내년 6월 사용시한이 만료되는데, 그 때까지 가입자를 3G로 전환하지 못하면 주파수 재할당과 망 유지보수에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때문에 KT는 2G 가입자의 조속한 3G 전환이 필요하다. KT가 지난해 3G로 전환해도 기존 01x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01x 번호변경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한 것도 3G 전환 촉진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정부의 강력한 번호통합 정책은 KT가 바라는 바다.

통합LG텔레콤도 공정경쟁 차원에서 강력한 010번호통합 정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속내는 조금 다르다. 지난 2007년 리비전A의 010번호 부여를 예로 들며 정책의 형평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010번호 통합과정에서 경쟁사의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SK텔레콤사회적 합의를 거친 단계적인 010번호통합정책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가장 무난해 보이지만 속사정 역시 간단치 않다. 최초 번호통합정책의 타깃이 SK텔레콤이었고, 여전히 충성도와 ARPU(가입자당매출)가 높은 450여만명의 011가입자가 남아있는 현실이 그 배경이다.

오는 6월까지 관련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방통위 역시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현재로서는 010번호통합이 장기적인 번호관리 정책이란 점에서 정책 폐기는 우선 순위에 두고 있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통합의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 편익과 사업자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지혜가 방통위에 요구되고 있다.